총 뺏으려 한 안귀령 아나운서의 행동은 법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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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괴물
이론
먼저 우리는 범죄의 3요소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구성요건
이러이러한 행위는 X의 죄를 이룬다.
위법성
이러이러한 행위는 옳지 않다. 당연하지만 X의 죄를 이루는 이상 옳지 않다는 것은 전제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위법하지 않은 예외, 즉 위법성조각사유를 검토하게 된다.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다면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위법성은 인정된다.
책임
행위자는 이러이러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건 무슨 뜻인가? 학설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책임능력, '고의' 또는 '과실', 그리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의나 과실이 있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
위법성이 없는 행위 또한 범죄가 아니다.
책임이 없는 행위는 범죄이나,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무죄다.
정확히는 이게 학설에 따라 다르긴 하다.
고의나 과실을 구성요건에 놓느냐 책임에 놓느냐로 논쟁이 있고, 인과관계는 어디 들어가냐고 논쟁이 있고...
뭐 아무튼 간에, 이 셋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무죄다.
그러면 저 군인의 행동부터 살펴보자.
구성요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혹은 일부에서 국헌을 문란코자 하는(헌법과 헌법기관의 효력을 배제하려고 하는) 폭동(한 지방 이상의 평온을 깨뜨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협박) = 내란죄.
윤석열이 지시하고 나는 따를 뿐이라고 항명해봤자 소용 없다.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있는 것은 졸병의 군화고 겨눠진 것도 (실탄은 없으나) 졸병의 총이다. 그 정도만 해도 벌써 협박은 인정된다.
위법성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행위가 위법할지(이것은 확실하다), 위법을 넘어 무효일지(국무회의 재가 없음, 절차 안 따름 등의 사유)는 모르겠으나, 유효하다 해도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계엄군이 주장할 수 있는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이 인정된다.
책임
까다로운 부분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도 책임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전후 사정을 고려해보았을 때 항명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책임이 조각된다. 보통 일개 병사들에게까지 항명의무를 요구할 것은 가혹하므로, 책임이 조각된다고 하자. (반대로 명령에 항명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공수여단장이나 대대장은 책임조각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계엄군의 행동은 위법하나, 다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무죄이다.
그러면 안귀령의 행동은?
구성요건
폭행으로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탈취하는 행위 = 강도죄. 군용품이라 가중처벌된다.
다만 불법영득의 의사 없이(내가 총을 쓰려는 의도 없이) 땅바닥에 총을 버리려고 뺏으려 들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폭행죄만 성립된다.
위법성
군인은 내란죄를 범하고 있으므로 안귀령은 정당방위(더 큰 불법을 막기 위함), 긴급피난(더 큰 침해를 막기 위함), 정당행위(사회상규에 저촉되지 않음), 에서 셋 중 하나를 주장할 수 있는데, 상대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므로 정당방위 대신 긴급피난을 주장할 이유가 별로 없으니 정당방위와 정당행위만 살펴보자.
정당방위
안귀령은 피해자가 아닌데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는가? - YES. 정당방위는 자신이 피해자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다만 개인적 법익이 아니라 공공의 법익을 위해서는 쓸 수 없는데, 여기서는 국회의원들이 협박당하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다.
정당방위의 요건은 무엇인가? - 현재성, 부당성, 적절성, 상당성.
현재성 - 당연히 지금 내란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므로 현재성이 인정된다.
부당성 - 상대의 행위는 위법해야 한다. 정당방위에 대해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없다. 위에서 보았지만, 계엄군의 내란죄를 구성하는 행위(국회 진입, 총 겨누기 등등) 들은 책임이 조각되는 것이지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당성이 인정된다.
쉽게 말해서, 상대의 가족을 인질로 잡은 진범이 상대를 협박해서 나를 죽이라고 명령한다고 해보자. 상대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나를 죽인다면) 책임이 조각되어 무죄다. 그러나 상대의 행위는 여전히 위법하기에, 내가 상대의 공격을 방위하다가 상대를 다치거나 죽게 한다면 나 또한 무죄이다.
적절성 - 침해의 방위는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것이어야 하나, 적절하기만 하면 여러 방법 중 무엇을 고르더라도 자유다. (상대가 나한테 칼을 찌르려 덤빌 경우, 상대를 주먹으로 패건 의자로 패건 상관 없다.) 그 행위가 성공적이거나 그때 그 상황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필요는 없고, 일반론적으로 적절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내란을 시도하는 계엄군의 총을 빼앗는 것은 내란죄를 방위하기에 일반적으로 적절한 행동인가? 아마도?
상당성 - 적당히 해야 한다. 상대가 내 마당을 무단으로 가로지른다고 전기톱 빼들고 덤벼들면 안된다. 이 경우는 내란죄보다 엄중한 것이 몇 없는 것으로 인정되므로 상당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안귀령은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다.
정당행위
정당행위는 "씨발 상식적으로 이게 죄겠냐?"다. 예를 들어서, 멱살 잡는 상대의 멱살 뿌리치기, 정치인이 선거운동하면서 독거 노인들 서류 대리작성 해주기 등이 있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거나, 직업상 허용되거나, 상대의 동의가 있거나, 뭐 이런 기타등등을 다 합쳐서 말하는 게 정당행위다.
상식적으로 국회에 침입하는 계엄군을 무장해제해도 되는가? 아마도?
따라서 안귀령 또한 무죄다.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녀가 뺏은 총에 실탄이 있어서, 뺏은 총으로 계엄군을 쏴도 무죄다. '반란군 진압'이니까. 진압당하는 반란군 병사 개개인이 항명할 기대가능성이 없기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무죄인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만에 하나 계엄이 적법할 경우
솔직히 전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로 계엄이 적법한 근거가 있다고 가정, 어디까지나 가정해보자.
그러면 안귀령은 이제 강도(or 폭행)범인가? 이 경우에도 여전히 그녀는 자신이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그 악명 높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 AKA 위전착인데... 워낙 골때리는 이론들의 난무인 만큼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그냥 착각한 경우라도 착각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적어도 무죄 or 과실이 된다고 하겠다.
과실폭행은 불가벌이다. 과실강도는 그 구성요건상 성립할 수 없다. (강도를 이루는 절도죄는 불법영득의사가 구성요건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불가벌로 무죄이다.
결론
군인에게서 총을 뺏는 것이 현명한 행동인가? 글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쇼맨십에 가깝지 않았나? 아마도.
하지만 그것이 이 상황에서의 위법성을 뒤바꾸나? 아니.
이렇게 바꿔 말해보자. 총을 뺏으려 든 사람이 국회의사당 경비대였다면 어떨까?
그 경우는 지극히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닌가?
그리고 내란죄의 상황에서는 시민들 개개인이 반란군을 막기 위한 행동을 할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안귀령에게도 국회의사당 경비대와 유사한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